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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바람과 실향민들이 만들어낸 강원도의 '맛 금메달'
연합뉴스 | 승인2018.02.10 17:43

실향민들이 고향의 맛으로 빚어낸 황태, 아바이순대, 냉면, 초당 순두부 '진미'

동계올림픽이 열리고 있는 강원지역의 대표 메뉴는 뭘까?

강원도는 워낙 척박한 지형 탓에 농사가 쉽지 않아 식재료가 풍부하지 않았다. 그래서 음식문화가 발달하기 어려웠다.

그런데 현재 강원도를 대표하는 먹거리 중에는 북한과 관련이 깊은 음식이 많다.

6·25전쟁 이후 북한 피란민들이 강원도에 자리 잡으며 먹거리를 개발했기 때문이다.

실향민들의 손을 거쳐 완성된 강원도 음식을 소개해 본다. 때마침 북한 선수단과 예술단이 합류해 더 관심이 간다.

 

용대리에서 만난 황태국 한그릇은 추위에 움츠린 몸을 후끈 데워준다[임귀주 기자]
용대리에서 만난 황태국 한그릇은 추위에 움츠린 몸을 후끈 데워준다

 

◇ 북한서 건너온 음식 '황태'

칼바람이 부는 길목에 자리 잡은 한국의 맛이 있는데, 바로 황태다.

칼바람에 얼고 햇볕에 녹았다가 다시 얼고… 이런 과정을 거쳐야만 제대로 된 황태의 맛이 만들어진다.

우리나라 황태의 80%가 만들어지는 곳이 평창 내설악에 자리한 용대리다.

용대리는 한겨울 내설악 계곡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황태를 건조한다.

명태는 덕장에 내거는 순간 얼어야만 육질의 양분과 맛이 빠져나가지 않는다고 한다. 눈·바람·추위 삼박자가 맞아떨어져야 노르스름한 황금빛 황태가 탄생한다.

용대3리에 황태덕장이 본격적으로 들어선 것은 1963년.

얼고 말려지고, 또 눈맞고…[이종건 기자]
얼고 말려지고, 또 눈맞고…

 

6·25전쟁 이후 함경도 피난민들은 북쪽과 가까운 속초 등에서 모여 살았지만 제대로 된 북한식 황태 맛을 볼 수 없었다.

그러다가 우연히 1960년대 초 황태를 얼릴 수 있는 최적의 장소를 찾아냈다. 그곳이 바로 혹독한 겨울로 유명한 용대리였다.

이후 황태는 빠르게 용대리에서 주 산업으로 자리 잡았고 오늘의 명성을 얻게 됐다.

◇ 속초 '아바이 순대'

지리적으로 북한과 가까운 속초는 함경도 실향민이 많았다.

그 가운데 속초에 들어서는 초입, 바닷가 마을 청호동은 어쩌면 피란민들이 정착하기 알맞은 동네였으리라.

북한 실향민들이 모여산다고 해 이른바 '아바이 마을'로 불리는 곳이다.

북쪽에 고향을 두고 있는 1세대를 비롯해 이들의 자손 등 3천여 명의 실향민들이 정착해 사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실향민 촌이다.

갯배를 타고야 건널 수 있었던 기묘한 지형 덕분인 듯하다.

1985년 촬영된 아바이마을의 갯배[연합뉴스 자료사진]
1985년 촬영된 아바이마을의 갯배 .연합뉴스

 

거의 발전이 되지 않은 채 보존돼 있는 이 동네는 오히려 그 뒤처짐이 더 큰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여러 사람이 걷다보면 어깨를 부딪힐 것 같은, 좁디좁은 골목길은 순댓집 일색이다.

당시 실향민들은 순대라도 만들어 먹으려면 돼지 창자를 구하기가 쉽지 않았다고 한다.

그래서 오징어에 속을 넣어 먹었던 것이 아바이 순대의 기원이 됐다고 한다.

모둠 순대를 시키면 일반적인 형태의 함경도식 순대와 오징어순대를 함께 내온다.

접시 가운데는 빨간 명태회 무침이 곁들여진다.

오징어로 만든 아바이순대[임상현 기자]
오징어로 만든 아바이순대

 

◇ 겨울에 먹던 실향민들의 음식 '냉면'

여름에 즐겨 먹는 냉면은 원래 겨울 음식이었다.

평양냉면은 서북지역 사람들이 겨울에 먹는 음식이었다. 동치미 국물에 메밀 순면을 적셔 먹었다.

비빔냉면인 함흥냉면의 경우 메밀을 구하기 힘들어 감자전분으로 많이 만들었다.

그들이 속초와 양양 등에 살며 고향 맛을 잊지 못해 이 음식을 즐겨한 것은 물론 냉면집을 내서 삶을 이어나갔다.

실향민 출신들이 운영하는 속초 냉면집들은 지금도 유명하다.

한 냉면집은 고구마 전분으로 뽑은 면으로 잘 알려져 있다. 역시 실향민이 원조로 명태회를 고명으로 올린다.

정선군에서 맛볼 수 있는 사골육수와 동치미 국물로 맛을 낸 냉면[하이원 리조트]
정선군에서 맛볼 수 있는 사골육수와 동치미 국물로 맛을 낸 냉면[하이원 리조트]

 

3대째 이어져 오는 양양의 면옥집은 고명 재료로 가자미만 고집한다. 가자미회를 곁들인 수육이 별미다.

근래 들어서는 하이브리드 냉면도 선을 보인다.

정선의 한 리조트에서는 사골육수와 동치미국물로 맛을 낸 냉면을 내놓고 있다.

강릉에서 만난 초당 순두부[임귀주 기자]
강릉에서 만난 초당 순두부

 

◇ '초당 순두부'

또 한가지 빼놓을 수 없는 게 바로 두부다.

강릉에 초당 순두부가 있는데, 이 음식도 실향민들이 많이 해먹던 음식이다.

강릉 초당동의 초당두부는 소금물이 아닌 바닷물로 간수하는 것이 특징이다.

그러나 원래는 바닷물로 간수를 한 것은 아니라고 한다.

'초당'은 조선 중기의 여류시인 허난설헌과 '홍길동전' 작가 허균의 아버지의 허엽(許曄·1517~1580)의 호다. 그가 강릉 부사로 재임할 때 탄생한 게 바로 초당두부였는데, 그 전까지 사람들은 소금기 없는 퍽퍽한 두부를 만들어 먹었다.

몽글몽글한 식감 최고인 초당순두부[임귀주 기자]
몽글몽글한 식감 최고인 초당순두부

 

허엽은 바닷물을 천연 간수로 활용해 두부를 만들어 먹게 했고 대히트를 쳤다.

이 두부의 특징은 일단 입안으로 가져와야 느껴진다.

혀 전체를 감싸는 두부의 감촉은 부드럽고 몽글몽글하다. 먹다보면 고소한 맛이 은은하게 우러나는 특징이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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