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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경민 푸념에세이 98화] 올케는 언제 살 뺄래?비싼 립스틱 바른 입술 값 언제 할까?
노경민 수필가 | 승인2018.09.26 08:56

[골프타임즈=노경민 수필가] 오랜만에 만난 얼굴들이 반갑다.

여기저기서 툭툭 던져오는 말 속에 뼈가 있다. 생각하고 말하는 건지, 머쓱한 그 시간을 보내려고 던지는 건지, 아무 말이나 오간다.

"너 요즘 얼굴이 참 좋아졌다. 신수가 훤한데, 뭐, 좋은 일 있는 거야? 올해는 가는 거야?"

"가긴 뭘 가요. 만나는 사람도 없는데. 살만 찌고 어쩌자는 건지, 도통 몸매는 신경도 안 쓰니 어쩐대요."

거드는 엄마 말에 당사자는 말없이 일어나 나가는 것이 상책이다.

"올케는 참 손도 크다. 경제도 어려운데 뭘 이렇게 많이 차린 거야. 간단히 하지. 요새 누가 싸 들고 다닌다고. 또 퍼주려고?"

일손을 거들어 준 것도 아니면서 미주알고주알 참견이다. 잘했다는 건지, 더 많이 싸달라는 건지 알 수가 없다.

"그런데, 올케는 언제 살 뺄래? 저번에 다이어트 한다 하지 않았어? 필라테스도 하면서 다이어트약도 먹는다면서 효과가 없는 거야? 올케는 통통한 게 더 보기 좋을 수도 있어."

뭔 흉측한 소리를 하는 건지. 혼자 주절주절, 계속 여기저기대고 이야기다. 그 화살은 또 아이들에게 날아간다.

"요즘 애들은 똑똑해서 저희가 다 알아서 하잖니. SNS 신봉자들이잖아. 거기서 다 해결하더구만."

듣고 있는 내 기분이 이상하다. 칭찬을 들으면 기분이 좋아져야 하는데 어정쩡한 이것은 또 무언가. 감정이 실린 칭찬인지, 악담인지 석연찮다.

명절이라고 모여서 서로에게 안부를 묻고 덕담을 나누는 기쁨의 자리여야 한다고 어른들은 말씀하셨다. 말도 안 되는 과한 칭찬은 사람을 바보 만들고 그 사람 역시 가식적으로 보여 믿음이 안 간다. 돈 드는 것도 아닌데. 비싼 립스틱 바른 입술 값은 해야지. 서로의 상처를 헤집을 것이 아니지 싶다.

"형님은 시댁엔 다녀오신 거예요? 온갖 참견하시느라 바쁘실 텐데, 저도 친정에 가봐야겠어요."

차례 전부터 와서 진을 치고 차례 마치고 저녁까지 눌러앉을 시누이가 오늘 따라 보고 싶지 않다. 이젠 떨치고 나도 친정에 가서 한번 해볼까? 그런데…내겐 시누이처럼 비싼 립스틱도 안 바르고 받아줄 올케도 없다.

노경민 수필가|master@thegolf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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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경민 수필가
한국문인협회 회원으로, 스마트폰 전자책문학 '파란풍경마을' 시낭송편집위원으로 활동하며, 간결한 문체의 정갈한 수필을 꾸준히 발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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